1. 줄거리
흐리멍덩한 눈빛에 꾀죄죄한 에디는 뉴욕의 한 도로를 건너고 있습니다. 바로 그때 "얼마 전까지의 내 모습이다"라는 에디 자신의 독백이 흘러나오고 이 대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지금 현재 에디는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닌 세련된 맞춤 슈트에 잘 다듬어진 머리, 생기 넘치는 눈빛을 지닌 활기찬 청년입니다.
도대체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그는 이전과 180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걸까요? 다시 노숙자 같은 몰골의 에디에게로 돌아가봅시다. 그는 책상 앞에서 몇 시간이 지나도 몇 글자도 못 적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작가입니다. 그날도 에디는 다른 날과 다를 것 없이 술을 한 잔 마시고 할 일 없이 길을 걷고 있었는데 대학 졸업 후 잠깐 결혼생활을 했던 멜린다의 오빠를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둘은 술을 한 잔 하게 되고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에디는 전부 인의 오빠에게서 문제의 알약을 하나 받게 됩니다.
그 알약을 먹고 나서 약효가 돌게 되면 에디의 눈빛, 머리카락색, 얼굴빛이 따뜻하고 선명한 느낌으로 변하는데 이런 전개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의 변화를 대사 하나 없이 영상만으로 바로 알아차릴 수 있게 해주는 참 괜찮은 편집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 알약의 약효는 사람의 뇌가 가진 모든 능력을 구석구석 모두 다 발휘하게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과거 어느 시점에서 겪었던 아주 사소하고 단편적인 일까지 다 기억해 내 지금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마치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청산유수로 쏟아낼 수도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배우는데 오래 걸리는 피아노, 외국어까지 며칠 만에 척척 마스터하게 되고 그토록 써지지 않던 소설을 몇 시간 만에 뚝딱 써 내려가게도 해줍니다.
그것도 출판사의 편집장이 극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게 말입니다. 하지만 알약의 효과는 하루밖에 가지 않았고 에디는 전처의 오빠를 찾아가는데 처음에 에디의 변화를 보면서 저는 그가 뛰어난 작가가 될 거라 생각을 했지만 이야기는 예상을 깨고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2. 영화를 돋보이게 한 음악
영화 곳곳에 긴장감이 흘러넘치는 장면들이 많은데 그런 장면들이 돋보이게 가장 큰 도움을 준 장치를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단연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해준 음악이라 할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이 올라갈 때 흘러나오는 The Black Keys의 'Howlin' for you'는 영화가 끝나고도 후렴구 의성어를 한참 동안 흥얼거리게 하는 매력이 있고 에디가 거리를 걷고 뛸 때 나오는 Ash Grunwald의 'Walking'은 같이 걷고 뛰는 기분을 물씬 느끼게 해 줍니다. 평소 록을 많이 즐기지 않은 분들이라도 영화를 보고 나서 충분히 플레이리스트에 올릴만한 곡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3. 후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생각은 '만약 나에게 저런 알약이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였는데 에디의 여자친구는 쫓기는 에디를 돕다가 딱 한번 알약을 먹게 되지만 그 엄청난 변화를 직접 겪었음에도 다시는 먹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뛰어난 두뇌를 가지게 된다 해도 그건 나 자신 본연의 모습이 아니라서였습니다.
그녀의 이야기에도 백 퍼센트 공감을 하지만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좋아진 머리를 쓰지 않고 사회를 위해 비상한 두뇌를 쓰고 있는 에디의 마지막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조금 급하게 마무리되는 전개가 아쉽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면서도 킬링타임용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원작소설이 있는 이 영화는 2012년작이고 급하게 마무리되었다는 평이 많았는지 2015년 드라마로도 제작이 되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후속 편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시즌2가 제작될 거 같지는 않은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이 영화를 가끔 다시 보는데 저의 생활에 상당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고 처음 알약을 먹고 집에 돌아온 에디가 문을 닫고 집을 한번 둘러본 후 하는 일을 따라 하는데 바로 정리정돈 청소입니다. 머리가 아무리 좋아져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낼 수 있는 사람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옷, 언제부터 밀려있는지 모를 설거지, 정리가 전혀 안돼 복잡한 집안은 결코 집중을 할 수가 없는 환경이란 영화의 또 다른 교훈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