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배경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중국 역사에서 마지막 봉건제국이었던 청나라가 무너져 가던 20세기 초반부터 공산주의가 들어서 중화인민공화국이 된 후 1967년 사망한 푸이의 노년까지이며 망해가던 청나라에서 권력을 잡으려 우후죽순 일어났던 많은 세력과 호시탐탐 청을 넘보던 일본과의 전쟁, 그리고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의 내전 사이에서 실제 권력이 없던 청의 마지막 황제 푸이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줄거리
겨우 3살의 아기 푸이가 황제로 즉위하게 되고 자금성의 황좌에 앉은 푸이에게 한 신하는 상자를 건네는데 그 속에는 연두색의 귀뚜라미가 들어있고 푸이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다 황좌 뒤에 그 상자를 감추는데 일평생 중국 역사의 온갖 굴곡이란 굴곡을 다 겪어내고 이제는 황제가 아닌 중화인민공화국의 한 인민으로 표를 끊고 한때 자신이 호령하던 자금성에 들어온 노년의 푸이는 그 황좌에서 상자를 찾아 꺼내는데 귀뚜라미는 마치 늙고 굳어버린 푸이 자신을 보여주듯 거무튀튀하게 변해있다.
자금성에서 환관들에 의해 옷을 입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손하나 까딱하지 않게 길러진 푸이는 어느 정도 자란 후 첫째부인과 둘째 부인까지 맞게 되고 잠시나마 그들과 어느정도 행복한 생활을 하지만 그의 나라 청은 이미 망조가 들어있고 그 시대의 소용돌이를 피할 수 없으며 그를 꼭두각시로 세워 마음대로 조종하려는 일본에 의해 그의 첫째 부인은 마약에 찌들어있게 되고 두 번째 부인은 외국인과 떠나버린다.
일본이 세운 만주국에서 러시아의 포로로 다시 중화인민공화국의 일개 인민이 된 푸이는 이제 스스로 집안일을 직접 하며 정원사로 출근과 퇴근을 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게 되고 다시 자금성을 찾은 그가 궁을 둘러보며 극과 극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보여주던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음악과 총평
이탈리아 출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1987년 개봉작으로 다른 나라 문화에 상당히 폐쇄적이었던 당시 중국정부가 예외적으로 자금성에서 올로케 제작을 허락해 준 영화라 그 시대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자금성의 아름다운 영상을 볼 수 있었고 주인공 푸이를 연기한 홍콩출신 배우 존 론의 사연 또한 영화 못지않게 특이한데 현재는 미국을 거쳐 캐나다에 살고 있지만 어린 시절 그는 할머니와 함께 배에서 살았으며 할머니는 어린 그가 물에 빠질까 봐 줄로 그의 다리를 배에 묶어놓고 일을 나가곤 하다 그가 어느 정도 성장한 후 무술을 가르치며 배우를 양성하는 학교에 그를 맡기고 떠났고 성장 후 미국으로 간 다음 원래 그의 중국식 이름과 발음도 비슷하고 외롭다는 의미의 Lone을 성으로 쓰고 있다고 하니 진짜 어린 시절을 쓸쓸히 보낸 부분부터 뭔가 마지막 황제 푸이의 인생과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 있었던 역사를 다루는 영화라 지루하거나 재미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실제 사건이 이미 웬만한 막장보다 더 극단적인 내용이라 결코 지루 할 수 없으며 영상 또한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자금성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에 보는 눈이 상당히 즐거운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와 정말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 음악인데 작년에 암으로 돌아가신 류이치 사카모토의 rain이 바로 이 영화의 대표곡이며 푸이의 두 번째 부인이 외국인과 떠나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밤 이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부제가 'I Want a divorce.'로 푸이를 원망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싶어 이혼하고싶다는 두번째 부인의 심리 상태를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여러 방송에서도 이 곡은 출연자의 극적이고 혼란스러운 심리를 표현할 때 배경으로 많이 쓰이곤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류이치 사카모토에겐 주옥같은 히트곡들이 있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Rain이라 할 팬들이 많을 텐데 그는 이 영화에서 만주국의 군대 지휘관 연기도 했고 그의 또 다른 대표곡인 Merry Christmas, Mr.Lawrence가 ost 수록곡 중 하나인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에서도 연기를 하는데 현시대의 화려한 영화에 비해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지만 젊은 시절의 류이치 사카모토를 볼 수 있어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