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상실과 상처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순위 1위라고 알려져 있는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야기는 일본 규슈의 한 시골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 스즈메는 조카인 자신을 키우며 미혼으로 늙어가는 이모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도 있지만 이모의 걱정과 잔소리에 대한 사춘기 특유의 반항심도 있는 겉보기엔 평범한 여고생입니다.
또 이모는 이모대로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현재 사춘기의 정점에 있는 스즈메에 대한 걱정이 많고 아무래도 친자식이 아닌 한 다리 건너 조카이다 보니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본인 또한 미혼으로 나이를 먹고 있으니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많은 상태입니다.
어느 날 아침 스즈메는 늘 그러하듯 자전거를 타고 등교를 하기 위해 언덕길을 내려가다 낯선 한 남자가 언덕을 올라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 영화에서 비록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있는 시간이 얼마 안되지만 그 남자는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뜬금없이 스즈메에게 "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어."라고 묻는데 그 남자는 집안 대대로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문을 봉인하고 다니는 '토지시' 집안의 '소타'라는 사람이었고 스즈메는 마을 주변에 있는 폐허가 된 마을이 어디인지 알려주고 학교를 가다가 갑자기 자전거를 돌려 자신이 알려준 그 폐허로 향합니다.
지금은 아무도 살고있지않은 마을에서 스즈메는 소타를 찾아다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어떤 문을 열게 되는데그 문이 열리면 자연재해가 발생하게되고 그 문을 닫아 봉인하면 그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는 그런 문으로 소타는 일본 전역을 돌며 열린 그 문을 닫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스즈메는 소타와 함께 일본 열도 곳곳에 있는 그 문을 닫고 봉인하는 여정을 떠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울고 웃고 하다 스즈메는 어린 시절 엄마를 잃었던 바로 그 곳, 엄마와 함께 살았던 마을에 도착하고 옛집을 찾아가게 됩니다.
실제 배경-2011년 동일본 대지진
스즈메는 문을 통해 다른 시간 속에서 엄마를 잃고 울고 있는 어린 시절의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영화에서 정확하게 그 시간과 장소를 콕 집어 알려주진 않지만 보다 보면 스즈메가 어린 시절 살았던 마을은 바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후쿠시마 원전 주변 마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에 일본에는 스즈메같이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나 반대로 자식을 잃은 부모 그리고 친구, 가족, 지인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있었을 테고 그 슬픔과 트라우마가 일본 사회에 크게 남아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 어린 스즈메가 엄마를 찾아 우는 모습이 단순하게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많은 사람들의 상처임을 알 수 있어 같이 목이 매여왔습니다.
스즈메가 어리긴 했지만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았을 나이인데 계속 엄마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아마도 어린 아이라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고 무섭고 두려워서 받아들일 수도 없음을 짐작할 수 있고 그 마음은 고등학생인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눈이 오는 길을 걸어 우연히 시간의 문을 열고 들어온 어린아이 스즈메는 고등학생이 되어 돌아온 스즈메를 만나는데 "언니는 누구야?"라고 묻는 어린 스즈메에게 여고생 스즈메는 "나는 스즈메의 내일이야"라고 말하며 엄마가 스즈메를 위해 직접 만들어주었던 의자를 건네고 돌아서 문을 나옵니다.
어린 스즈메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달래줄 수는 없었겠지만 그 만남을 통해 여고생 스즈메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상처가 치유됨을 느낄 수 있었고 이 영화를 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직접 겪었던 많은 사람들의 상처도 같이 치유받기를 바라며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건 결국 스스로라는 감독의 메시지가 느껴졌습니다.
후기-인간은 서로 도우며 치유받고 같이 성장하는 게 아닐까
스즈메와 이모는 집으로 돌아오고 소타는 혹시 아직 열린 채로 남아있는 문들이 있을까 봐 다시 여행을 떠나는데 다시 마을로 돌아온 스즈메의 생활은 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열심히 공부하며 대입을 준비하며 지내다 어느 날 아침 등교를 하다 처음 소타를 만났던 집 앞 언덕길에서 다시 소타를 만나게 됩니다.
스즈메가 '어서 와요.'라고 말하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앞서 언급했듯 스즈메는 여행 중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 결국 엄마를 잃은 어린 스즈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건 스즈메 자신이라는 걸 알 수 있고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여행 중 만났던 많은 사람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성장을 하면서 무섭고 두려워서 피했던 어린 시절의 스스로를 마주 볼 수 있는 용기를 얻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세상이 유토피아는 아니라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살아가는 인간사회이지만 또 서로를 보살피며 스스로가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영화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