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과 전편
이 영화의 원작은 필립 K.딕( Philip K. Dick )이 쓴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로 1968년 출판됐다. 가까운 미래에 인류는 처참한 환경의 지구에서 살게 되고 그중 많은 사람들이 지구를 떠나 주변 행성을 개척한다는 세계관, 그리고 행성 개척을 위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가 지구로 도망을 오면 그들을 잡아 폐기하는 현상금 사냥꾼이 있다는 정도가 비슷하고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원작과 다르게 흘러간다.
1982년 개봉한 영화는 안드로이드를 '레플리컨트' 현상금 사냥꾼을 '블레이드 러너'라 부른다. 제조사인 '타이렐'사가 추구하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레플리컨트의 수명은 4년, 행성 개척같은 척박한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신체적으로 인간보다 더 강하며 지능은 보통의 인간 수준이다. 처음부터 성인의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실제 살아온 경험이 부족해 보통의 인간이라면 자연적으로 충분히 알 수 있는 평범한 질문에도 버벅거리며 대답을 잘하지 못한다. 그런 종류의 질문을 하며 그들이 인간인지 레플리컨트인지 알아보는 것을 보이드-캄프 테스트라 한다.
타이렐사를 방문한 블레이드러너 데커드는 그를 맞이하는 직원 레이첼에게 보이드-캄프 테스트를 한다. 그녀는 어머니나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데커드는 그녀가 레플리컨트임을 알아차린다. 그녀에게 타이렐사 창업자인 엘든 타이렐 조카의 기억을 심어 놓은 것이었다. 본인이 레플리컨트란 걸 몰랐던 레이첼은 화를 내지만 그 장면에서 레플리컨트도 인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노예처럼 부리고 물건처럼 쓰고 버리지만 그들은 인간성을 지니고 인간과 다름없는 존재들인것이다. 마지막에 데커드는 레이첼과 함께 어디론가 떠난다.
블레이드 러너 2049 줄거리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하는 블레이드 러너 K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 스피어를 타고 L.A의 상공을 날며 임무를 수행한다. 인간인 것처럼 위장해 살고 있는 레플리컨트를 잡아내 '퇴역' 즉 폐기시키기 위해서이다. 그가 찾아낸 레플리컨트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드랙스 역할을 했던 데이브 바티스타다. 이 배우 키가 거의 2미터이고 풍채나 분위기가 만만치 않은 외모인데 K와의 싸움에서 초반에 밀리지 않더니 결국은 지고 퇴역을 당하고 마는 캐릭터로 나온다. 나중에 다른 레플리컨트가 밝히는데 그는 져준 것이었다. 그들의 기적인 그녀를 지키고 K가 깨달을 수 있도록.
사실 K도 레플리컨트이다. 세상이 변해 전편과 달리 그들은 이제 블레이드 러너의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퇴역시킨 레플리컨트의 집 마당 나무 아래에서 박스를 하나 발견하는데 그 안에는 전편에 데커드와 함께 떠났던 레이첼의 유골이 들어있었다. 조사를 해보니 놀랍게도 레플리컨트인 레이첼은 임신을 했고 출산을 했으며 그 출산과정에서 죽은 것이었다. 인간만 가능했던 임신 출산을 복제품인 레플리컨트가 한 것이었다.
전편에서 인간의 복제품으로 레플리컨트가 나온다면 후속편인 이 영화에는 레플리컨트뿐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홀로그램 조이도 등장하는데 K의 연인 역할을 하는 조이는 쿠바 출신 아나 디 아르마스가 맡고 있다. 그녀는 K에게 역시 그는 특별한 존재였다며 그럴 줄 알았다고 하는데 K도 여러 가지 정황상 본인이 죽은 레이첼이 출산한 아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후기
예전에 Blade Runner라는 제목을 보고 칼날 위에서 뛰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무당 같은 건가?'라고 한 적이 있었다. 무당도 칼날, 작두 위에서 뛰니까... 영화를 보고 나서 위험한 일을 하는 부분은 비슷하다 생각했었다. 사실 이런 직업은 정신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일이 아닌가 한다. 레플리컨트들도 인간처럼 인간성을 지니고 있는데 자유를 찾아 도망쳤다는 이유로 폐기시켜야 하니 말이다. 누구보다 그들이 가진 인간성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블레이드 러너같은 사람들은 일을 하면 할수록 정신이 더 황폐해지지 않을까 싶다. 소설 원작에서도 현상금 사냥꾼 중 한 명은 나중에 인간성을 상실하고 안드로이드보다 더 안드로이드 같아지는 캐릭터로 나오기도 한다. 인간의 복제품으로 가짜 기억을 가진 레플리컨트가 더 인간적이게 되고 진짜 인간이 오랜 시간 스스로의 행동으로 인해 인간성을 상실하고 기계처럼 되어 가다니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