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을 한 단어로 강력하게 요약하자면 '말조심'이라 생각한다. 한번 쏟아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듯이 한 번 내뱉은 말이 사람들 사이에 돌고 도는 것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물론 함부로 말을 하고 다닌 사람을 원망하고 실제로 어느정도 골탕을 먹인다든지 혼내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복수는 지나치게 비약을 한 것 아닐까 싶었다. 안타깝지만 사회적으로 쉽게 받아 들 일수 없는 일이어서 보통의 다른 사람들이 수군 댈 수도 있다는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일까. 그 불행의 원인이 진짜 말을 퍼뜨린 그 사람에게만 있는것일까. 만약 오대수의 딸이 그 모든 것을 알게 되고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오대수가 말조심을 못한 잘못이 있다 해도 그게 그렇게 엄청나게 큰 벌을 받을만한 일이며 무엇보다 오대수에게만 복수를 한 것도 아니고 왜 그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어머니를 죽이고 내 인생까지 파탄 냈냐고 그에게 따진다면 그는 뭐라고 대답할까. 설마 네 아버지에게 죄가 있으니 너의 어머니와 너까지 책임을 지고 같이 벌을 받아야 한다는 소리를 할까. 여하튼 감독이 말조심이란 교훈을 주고 싶었다면 엄청난 충격요법으로 성공한 영화가 아닐까 한다. 교훈을 주는 이야기라기엔 너무나 잔혹하지만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비의 날갯짓 하나로 지구의 반대편에선 태풍이 불 수도 있고 이제 그 파급력은 시공간을 초월할 수도 있다는것까지 생각하게됐고 나와 상관없는 일에 함부로 말을 보태지 말아야겠다는 무서움이 생기긴 했다.
최근 '유퀴즈'에 최민식이 나왔는데 그가 유지태 앞에서 미안하다며 엎드려 절규하는 장면에 쓰였던 가위는 그가 촬영장에 놓여있던 잡지를 보다가 현재와 과거의 세계 여러 종류 가위를 소개하는 부분을 보고 특별히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박찬욱 감독은 인터뷰에서 가위가 몇백만 원으로 본인의 사비로 제작했다는데 최민식의 말과 종합해 보면 제작비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투자자들이 이런 내용에 선뜻 돈을 내놓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만약 오대수가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았다면 그는 어떤 복수를 계획했을까 싶고 또 오대수가 결혼은 했어도 아들을 낳았다면 어떻게 복수를 했을까싶었다.
해외 영화들의 오마주
이 영화는 충격적인 여러 장면으로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때도 청불이었고 할리우드에서도 오랫동안 회자되어 오다가 오마주를 한 영화가 꽤 있다.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 [닌자터틀], [리포 맨], 그리고 최근에 박찬욱 감독과 이 영화를 같이 찍은 촬영감독이 [스타워즈]에서 이 영화의 복도에서 장도리로 싸우는 장면을 오마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드라마 [데어 데블]도 있고 게임 [어 웨이 아웃]이나 [시푸]도 있다. 영화 [존윅]의 홍보를 위해 방한했던 키아누 리브스가 올드보이는 배우들의 연기나 촬영기술등이 뛰어나서 할리우드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고도 했다. 갇혀 지내는 동안 혼자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던 싸움을 실제 벌이던 그의 처참함과 처절함이 잘 녹아있고 세상 끝까지 외로운 한 인간의 싸움이라 보는 사람들이 그에게 공감했다면 오래 남을 수밖에 없는 장면일듯하다.
한국사람이지만 난 잘게 자른 생낙지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닌데 이 영화를 본 외국인들이 그 장면에서 굉장히 놀랐다는 게 이해는 갔다. 오대수는 그냥 한 마리를 통째로 씹어먹으니... 보통 젓가락에 돌리기라도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영화 [콩:스컬아일랜드]에서 킹콩이 문어를 잡아먹는 장면이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생낙지를 먹는 장면 오마주라고 한다.
줄거리
고등학생 오대수는 우연히 동급생 친구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고 자기가 본걸 믿을 수도 없고 납득이 잘 안 가 다른 친구에게 말을 한다. 굳이 따지자면 그 이야기를 소문으로 널리 퍼뜨린 건 처음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아닐까 싶다. 그 다음에 그 소문에 대해 말한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 그들이 잘했다는게 아니고 그 사실에 살을 붙여 하나의 괴물을 만든건 뒤에 들은 많은 사람들인데 왜 그들에겐 죄를 묻지않았던걸까.
도저히 믿을수가 없어 남에게 했던 이야기는 소문으로 퍼지면서 뼈대가 생기고 살이 붙어 움직이며 소문의 당사자 여고생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만들고 소녀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렇게 남아있던 소문의 당사자 다른 한명은 복수를 결심한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 오대수는 어른이 되고 결혼도 하고 딸도 낳았다. 너무나 사랑하는 딸의 생일날 그는 길에서 납치를 당하고 영문도 모른 채로 15년간 감금을 당한다. 영화의 후반부 이제 말을 할수도 없는 그는 글로 최면술사에게 부탁을 한다. 최면술사는 부탁을 들어주는데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건 그의 이 말때문이라고 한다. '짐승보다 못한 놈이라도 살 권리는 있는 것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