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이 조용한 가족을 찍게 된 사연
1998년 이 영화가 개봉했을때 극장에서 보고 나오며 친구에게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는 처음이다"라고 했던 기억이 나고 이 영화 하나로 바로 팬이 되었고 그 이후에도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늦게라도 꼭 챙겨보게되었는데 예전에 어디선가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에 대한 인터뷰를 본적이 있습니다.
김지운 감독은 처음에 영화잡지의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이 '조용한 가족' 각본으로 상을 받게 되었고 내용이 당시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스타일이라 그 어떤 감독도 이 영화를 맡겠다며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고 그러다가 제작사측에서 "그럼 당신이 찍지 그러냐."라고 하게되었고 본인이 쓴 대본으로 첫 영화를 찍게 되었다고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도 나서지않았다는게 이렇게 다행일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1964년생인 김지운 감독은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에 34세였는데 인터뷰에서 감독은 그동안 변변히 돈을 벌어오는 직업이 없었다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검색해보니 '조용한 가족' 감독으로 영화 데뷔를 하기 전에도 배우로써 연극도 하고 다른 감독의 영화에서 연출부로도 일하고 연극 대본도 쓰고 연출도 하고 많은 일을 하신듯한데 아마도 직장인처럼 따박따박 돈을 벌어오는 직업이 아니었기에 그렇게 말한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아무튼 그런 일도 없는 시기엔 집에서 백수로 지낸적도 있었던것같고 서른 넘어서도 집에서 놀고 있는 아들이 나이 많은 어머니가 일을 다녀오시는걸 맞이하는 기분이 참 죄송하고 면목이 없었다고 했는데 그래서 더 열심히 글을 썼냐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꼭 그렇지는 않았다고 대답해서 웃음을 줬고 실제 이 영화의 시나리오도 대학로 라면집에서 라면을 시나리오 공모전을 열려던 영화잡지에 받쳐 오는 바람에 알게되었고 마감을 1주일도 안남긴 시점에서 완성해 당선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도 너무 영화같고 감독의 사연 자체가 또 하나의 재미를 주는듯하고 소문에 의하면 말이 없는편이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않는 성격이라 알려졌는데 그러면 모두가 좋아할것같은데 막상 배우들은 자신의 연기를 마음에 들어하지않아서 그러는게 아닌가싶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고합니다.
그런데 저도 이 감독의 영화가 배우들이 부담을 느끼듯이 관객들을 좀 불편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것이 '조용한 가족'만 보더라도 웃긴 포인트가 상당히 많은데 솔직히 마냥 웃으면서만 보기에는 꽤 불편한 이야기들이 얽혀있어 보는내내 재미는 있지만 편하지는 않기때문입니다.
그런데 다른 영화에서도 이렇게 관객을 마냥 편하게 놔두지않고 생각하게 만드는 점들이 꽤 있어 이게 또 이 감독의 매력이 아닌가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많이 시도해서 좋고 앞으로도 더 기대가 됩니다.
줄거리
집안의 막내딸인 미나는 아버지, 어머니, 삼촌, 오빠, 언니와 함께 인적 드문 산장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데 가족 중 그 누구도 이런 숙박업에 종사해본 경험이 없고 설상가상 개업 후 한참동안 손님은 하나도 찾아오지않는 와중에 어느날 산길을 올라오는 노파가 눈에 띕니다.
행색이 마치 몇백년은 된듯한 옷에 머리는 언제 빗고 다시 올렸는지 알수없는 상태로 노파는 계속 산장의 지붕 쪽을 바라보며 아주 재수가 없다는듯이 '캬악!'거리며 침을 뱉고 저주의 말을 중얼거리는데 그 장면을 보면 '아 지붕 위에 뭐가 있구나! 노파의 눈에만 보이는 무언가가...'란 생각을 할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산장에 손님이 찾아오고 홀로 찾아온 남자는 매우 심각한 표정을 하며 맥주 주문을 받는 오빠에게 "학생, 학생은 인생이 뭔지 아나?"라고 묻는데 오빠 역의 송강호는 잠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그 특유의 톤으로 "저 학생 아닌데요?"라는 대답을 합니다.
맥주를 가져다주며 거스름돈을 내어주는데 남자는 "이제는 필요 없으니까"라는 말까지 하니 정말 웬만한 관객은 누구라도 그 남자의 내일을 짐작할수가 있었고 예상대로 그는 다음날 아침 시체로 발견되고 얼마만에 찾아온 첫손님인데 자살이라는 사실에 '조용한 가족'은 더 분주하고 시끄러워집니다.
절대 소문이 나지않게 그의 시체를 땅에 묻기로 하는데 그리고나서부터 찾아오는 손님마다 계속 죽거나 이상한 타이밍에 말도 안되는 일에 휘말려 죽게되고 그렇게 계속 죽은 사람들을 묻다보니 어느순간부터 '조용한 가족'은 죽은줄로만 알았는데 살아있던 사람도 죽이게 됩니다.
'조용한 가족'은 계속 더 시끄럽게 그들을 묻고 또 묻는데 보는 내내 '아니, 묻을거면 좀 제대로 묻지. 저게 뭐야! 저렇게 허술하게...'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가족을 보다가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란 생각에 또 마음이 불편해지고
그렇게 허술하게 많은 사람들을 묻으며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더니 산장 앞으로 등산로를 만들겠다고 마을 이장이 찾아오는 장면이 나옵니다.
계속 관객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또 계속 웃기는 장면들을 만들어내 웃기긴한데 편하게 못웃게 만드는 영화인데 지금 보면 여러모로 오래된 영화라는걸 느낄 수는 있겠지만 내용과 전개는 지금 보기에도 참 괜찮은 영화라 추천하고 감독 본인이 현재의 배우와 영화 기술, 몇십년의 경험으로 리메이크 한번 했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