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틸다 스윈튼,이드리스 엘바
A.S.바이엇의 [나이팅게일 눈 속의 정령] 원작, 조지 밀러 감독, 틸다 스윈튼, 이드리스 엘바 주연의 영화이다. 틸다 스윈튼을 처음 본 건 영화 [올란도]에서였고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올란도]에서 주인공은 400년을 살며 처음엔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로 변해 자식도 낳고 나중에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한 인간 그냥 그 자체로 살아가는 역할로 나온다. 그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냥 한 인간이라는 그 설정이 틸다 스윈튼, 그녀에게 정말 잘 맞아서 어디서 저런 배우를 구했나 하고 놀랐었다.
[콘스탄틴]에서 대천사 가브리엘로 나올때도 남자 여자라는 성을 알 수 없는 천사라는 그 느낌에 너무 잘 어울렸는데 인간과 정령의 사랑을 다룬 이 영화에서 그녀는 인간 여자로써 정령 남자를 사랑하는 역할인데 남녀를 떠나서 그냥 고독한 삶을 살고 있는 한 인간으로 3천 년 가까이 호리병에 갇혀 지내며 그녀와 마찬가지로 절대고독 속에 살았던 다른 영혼에게 공감하며 위로하고 사랑하는 역할을 너무 잘 표현했다.
[토르]에서 흔들리지 않는 문지기 헤임달을 연기했던 이드리스 엘바는 다른 영화에서 지니 역할 했던 윌스미스와는 완전 다른 지니를 연기해 이 영화의 캐스팅에 점수를 매기라면 백점을 주고싶다. 어리고 예쁘고 잘 생긴 배우들을 캐스팅했다면 영화 초반에 좀 더 설레면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그들이 떨어져 겪어야 할 쓸쓸함과 고독함이 사랑으로 느껴지기보단 고통으로 보였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왜 나잇대가 높은 배우들을 캐스팅했는지 영화를 보다 보니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줄거리
영화는 신화를 연구하는 서사학자 알리테아가 튀르키예의 한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히 발견한 유리병에서 시작한다. 그 속에 들어있던 정령 지니를 깨우면서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우리가 어릴때부터 읽은 여러 동화책에서 많이 보았듯이 지니는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고 소원에는 세 가지 제약이 있는데 첫째 무한한 소원은 빌 수 없고 둘째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불멸의 존재가 되게 해 달라 빌어서도 안되며 셋째 이미 저지른 죄를 용서해달라거나 고통을 없애달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제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령이 어떤 소원을 들어준다 해도 인간은 인간이며 다른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며 인간인 우리에게 돈이 아무리 많다 해도, 아무리 깊고 높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해도, 세계를 제패할 힘이 생긴다해도, 아무리 출중한 미모를 가지고 있다해도 인간은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존재이며 대부분의 인간은 죽음을 향해 늙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무한하게 계속될 수 없는데 아무리 소원을 빌어 원하는 것을 얻게 되더라도 나약한 인간임을 받아들이고 겸허히 살라고 전설이나 신화 속에 이런 소원을 들어주는 이야기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지니의 이야기를 듣던 알리테아는 3천년의 세월동안 병 안에서 고독하게 지내면서 희망이라는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지니에게 깊이 공감하며 지니에게 자신을 사랑하란 소원을 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알리테아는 사랑은 선물같은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요구한다고 되는것이 아닌데 처음에 자기가 그런 소원을 빌어 지니가 알리테아 자신을 스스로 사랑할 수 있는 기회조차 뺏어버렸다고 말하며 괴로워한다.
그녀는 여러 문화의 전설 신화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최소한 자신만은 그런 소원을 빌어선 안되는 걸 알았어야 했다고 후회한다. 그리고 지니에게 여기가 아닌 정령이 속한 세계로 떠나라고 그게 그녀의 진정한 소원이라고 말하는데 사실 알리테아와 함께 영국으로 온 지니는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정령이라서 모든 티브이 라디오 와이파이 등의 모든 주파수, 소리와 진동을 온 몸으로 다 느끼며 괴로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는 온몸이 마비돼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되어 결국 그는 알리테아의 마지막 소원으로 유리병에서 풀려나 정령들이 있는 곳으로 떠나고 가끔 알리테아를 만나러 오는데 정령인 그는 하나의 송신탑 같은 존재이므로 인간 세상에 올 때마다 너무나 힘들어한다. 마지막으로 왔을 때 그는 알리테아가 죽기 전에 다시 돌아오겠다며 떠났다는 말을 하는 알리테아의 목소리는 평온한데 아무리 사랑하는 존재가 생겨도 인간은 고독에서 벗어날 수없겠지만 사랑으로 인해 고독이 전혀 괴롭지 않고 다시 만날 그 짧은 순간에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드는 게 아닐까싶다.